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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야봉을 다녀와서

잔비 2006. 1. 12. 09:36

늦가을 지는 단풍이 아쉬워 피아골에서 시작 뱐야봉을 경유하는
뱀사골 가을 단풍을 만끽하러 길을 떠난다. 내장산 단풍도 유명하지만
피아골 단풍도 자타가 공인하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계곡이다.
하지만 지난 몇 주간도 그랬듯이 주말만 되면 비가 내리더니
이번주도 예외없이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이다.
한때 믿거나 말거나 기상관측 이었지만 요즘은 거의 틀린적이 없어 단풍은
고사하고 많은 비로 인하여 산행자체가 취소될까 노심초사, 내리더라도
가랑비정도이면 괴않을 것인데... 국립공원도 다음주 부터는 일반등산로를
제외하고는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국립공원내 가을철 산불 조심기간으로
일부 탐방로를 통제하여 당분간은 가고 싶어도 갈수없다.
토요일 오후의 기상상태로 보아서는 멀쩡한 하늘인데...
애꿋은 비로 인하여 많은 분들이 취소로 자리는 넓어서 조으나, 그래도 그것이...
차창밖으로 뿌리는 비를 바라보며 애써 잠을 청하려 하지만 박기사 한기사님 리싸이틀에
잠을 잦는지 못잦는지 (뒤에있다 앞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어정쩡한 기분으로
쏟아지는 빗속 직전마을에 도착 산행시작. 지난봄 삼신봉으로 갈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쏟아지는 빗속을 걸어가며 나름대로 생각 하기를 비가오는 일기예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까지 산행을 즐기시러 오신 분들이면 산행실력이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판단,
오늘은 후미대장님도 아니계시고 무조건 앞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항상 꾸물대던 초반시작을 앞서서 출발, 돼~~님도 같은 생각인지 열심히 따라 옵니다.
삼홍교를 지나며 서서히 대열의 간격이 넓어지고
내리는 비와 안개로 인하여 한치앞이 보이지 않아 감각으로
길을 찾을수 밖에 없고 이제는 따라오지 않은 일행의 기다림이 점점 늘어나고.
피아골 대피소에 이르러도 비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대피소처마 밑에서 내리는 비를 잠시나마 피하기로 한다.
야간에 처음 올라오시는 분들이 등로 찾기가 애매한 곳이
이곳으로 앞마당을 지나 우측 철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무대뽀로 직진하시는 분이 가끔 있다고...
(무중 대장님도 초년시절에 이곳의 추억이 있답니다.)
지난해 시월 화엄골에서 이곳 피아골로 내려올때 날씨도 좋았지만
단풍인파로 인하여 이곳이 북새통을 이루던것이
지금은 고요하고 적막하기 이를대 없는 그러한 시간 인기척에 잠을깬 쥔장님이 창문밖으로
랜턴을 비추어 본다. 아~~예 금새 떠날겁니다
비와 땀으로 온몸이 젖어있는 상태인지라 오래 머무를 수도 없고 다시 출발,
계단길을 오르는 발걸음이 점점더 무거워지고 다행히 돼~님이 전수한
발목우산을 쓰고 걸어서인지 아직까지는 발이 뽀송한 느낌이다.
가던 길을 멈추어 뒤돌아 보지 않아도 뒤에 오는 인기척이 들릴 법한 고요한 밤길인데
대피소까지 동행했던 돼진님이 아니 보인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니 오고 소리 높여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고
이거 곰 한티 물려 갔나??? (엎어진김에 쉬어간다고 대피소에서 일행과 합류를...)


피아골 능선에도 새벽은 밝아오고...

새벽이 가까워 오며 별도 없는 밤 하늘이지만 서서히 등로길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
피아골 삼거리에 이르러 노고단고개와 천왕봉 표지판이 그럴듯하게 서있지만(임걸령 표시는 없음)
산행등로 방향을 깔아 놓았는대 그 종이가 없었졌는지 아님 원떤 백성이 방향을 틀어 놓았는지
이곳에서 많은 분들이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하는대 차에서 나누어주는 개념도는
한번은 반드시 오늘 가야 할길에 대하여 눈으로 확인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것이 같은 이치지요
오늘도 임걸령의 맑은 물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이리높은 곳에서 어떻게 사시사철 끊임없이 나올수 있는지?


임걸령의 걸어서 백두까지...

노루목 삼거리에 이르러 지난번 종주때 들렸던 반야봉을
갈까 말까 망설임도 없이 반야봉으로 향한다.
항상 선두에서 동행하시던 여러 준마님들이 오늘은 자리를 비워
어부지리로 한자리 꿰어차고 처음 뵙는 최선생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jb대장과 동행한다. 지난번에는 무식하게 보따리 짊어지고
반야봉까지 올랐지만 이번에는 노루목 갈림길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올라가니
짖누르던 어께가 쫘~~악 펴지는 기분,
훨~~ 편하네요.


반야봉(1732M)

지난번 종주때 어느 두양반이 이곳에서 봇짐으로 인하여
질려 버려 종주내내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운무에 휩싸인 반야봉은 표지목과 돌탑만 보이고 사방은 시계제로.
증명사진 촬영중 이곳 어딘가에 술병을 숨겨 놓았다고 그걸 찾으러 왔다는 객에게
사진 한방 부탁. 단체로 찰칵(셋이서ㅎㅎ)
배꼽시계의 알람소리에 멎진 조망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반야봉을 뒤로하고 삼도봉으로 향한다.


반야봉의 운무, 멋진 풍광은 다음으로...

반야봉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삼도봉은 정상부위의 바위가
낫의 날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하여 낫날봉이라 불렸는데
낫날이란 표현의 발음이 어려운 탓에 등산객들 사이에서
낫날봉이 날라리봉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지리산 일원에 이정표를 세우면서 경상남도,전라 남북도가 만나는
삼도봉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 손도장을 찍어서인지 합수점은
광택이 날 정도로 깨끗 하게 닦여져 있다.


삼도봉(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때마침 불어오는 비바람에 머물를 것도 없이 마의 550계단으로
이곳을 지나며 항상 생각하는 것이 반대로 화개재에서 삼도봉으로
거꾸로 오르면 어떤 기분일까?
관리공단 원망하고 부실한 내 다리 원망하고 약해빠진 나의 심폐기능 원망하고
각종 불만이 쏟아져 나올 것이 자명하다.
(그럼 내려갔다 거꾸로 다시 올라가 볼까나, 에잉 시방 무신 짖 할려고.. ㅎㅎ)
가끔 말을 거꾸로 읽을때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고 느낄때
답답한 마음을 푸는 방법이 거꾸로이다.
정치를 치정으로 교육을 육교로 작가를 가작으로 가출을 출가로
자살을 살자로 그리고 우리가 가끔 만나게 되는 입산금지를
지금산에 들어갑시다로 읽으면 어떨까?
(마지막 것은 철저하게 지키면 과태료 딱지 날라 옵니다. ㅎㅎ)
읽고 나면 무엇이든 본 자리에 있을때가 가장 좋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데 요즈음은 가끔 그 방법이 아름다운 가을단풍 때문에
다른 생각으로 바꾸어 보기도 한다.
무리 지어 저마다의 독특한 빛깔로 홀로 아름다움을 표시하는 가을낙엽도 있는데
나는 사람들 속에서 얼마나 홀로 아름다웠나 하는 생각으로...
짧은 시간 속에서도 모진 비바람에 시달려도 참고 견디어
가을 한철 우리는 거기에 빠져 감탄을 연발하게 되는 것을 보면
그곳 에는 분명 배워야 할 진리가 있음을...
거꾸로 오를 려고 생각하다 이야기가 거꾸로 흘러가넹.


지리산 화개재

화개재에 이르러 오늘의 하산 코스인 반선코스로 향한다.
화개재는 지리산 주능선 가운데 가장 낮은 해발로 경남과 전북의 경계지점이며,
옛날부터 화개장터가 크게 번창한 탓에 그 지명이 화개재로 불렀다.
화개재 중앙에는 헬기장이 있으며, 원목으로자리를 설치해 전망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화개재에서 경사면의 돌길과 촘촘한 나무계단길을 내려가면
뱀사골 대피소에 이른다.


지리산 뱀사골 대피소

뱀사골 대피소는 풍부한 수량덕분에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세석이나 장터목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오늘 날씨가 정상적이라면 취사장은 감히 들어갈 생각도 못하지만
날씨 탓으로 취사장이 한산하여 테이블 한켠을 차지할 수 있는 행운도 따른다.
헌데 오늘 취사 담당을 자원하고 나선 돼~님이
반야봉을 오르지 않았기에 먼저 와서 자리잡고 기둘릴 줄 알았건만
여기도 없네. 그럼 혹시 피아골에서 곰이...
먼저 와계신 두분이 식사를 하고 계신다.
(지금 생각하니 그분이 초보산행 필명의 주인공 이신가 보다)
함께 동행하시던 최선생님이 가져다 준 컵라면과
가져간 이슬이로 적당히 추위를 달래고 하산,
초반에 내려가는 등로는 한신계곡 버금가는 너덜길,
중심 잘못 잡아 미끄러운 돌멩이 잘못 밟으면 넘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발목관절이 요절날까 걱정이다.
게일듯 말듯 하는 비는 아직도 하염없이 내리고
시간이 경과되어서인지 부실한 발목우산도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고
등산화 속은 이미 잠수되어 더더욱 하산길이 신경 쓰인다.
뱀사골대피소에서 반선주차장까지는 9.4km 적지 않은 거리이다.
그래도 다행 스러운것은 내려가며 점점 날씨가 좋아지고
정상부에서는 볼수 없었던 단풍이 아직 남아 있어 위안을 삼는다.
뱀사골은 반야봉과 지리산 주능선상의 명선봉 사이에서 뻗어내리는
골짜기를 말하며 이 골짜기는 칠선골, 피아골과 더불어
지리산 여러 골짜기 가운데서도 피서산행지로 인기 높은 골짜기다.
덕유산 구천동계곡은 담과 소로 이루어진 계곡이라면
뱀사골 은 간장소 병풍소 병소 뱀소 탁용소 등의 명소가
계속 이어질 뿐만 아니라 수림이 울창하고 풍부한 계류로
경관이 뛰어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골짜기로,
계곡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 1998년부터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지정해 놓았지만 주등산로는 개방되어 있다. 대피소에서 내려가는
너덜길을 따라 계곡을 만나며 지나게 되는 화개교 선봉교 연하교 안영교
유유교를 지나면 간장소가 내려다보이는 철다리를 만난다.


간장소

간장소는 그 옛날 화개장터에서 소금을 사서 화개제를 넘어오던 운봉 소금장수가
너무 지친 나머지 발을 헛디뎌 소금과 함께 웅덩이에 빠져 죽어
그 후로 이 웅덩이의 물이 간장처럼 짜다고 해 간장소라 불렀다 한다.
불자의 애환과 시름을 대시한여 제를 올렸던 장소 제승대를 지나니
간간히 했살이 비추기 시작하고 반선쪽에서 올라오시는 산객들이
점점 늘어 난다. 날씨가 화창하였다면 오르고 내리는 단풍인파로
발걸음 옮기기도 힘들겠지만 굳은 날씨도 때로는 이로운 점도 있구나 하는
감사(?)의 마음으로 남아있는 계곡의 비경을 감상,


소의 모양이 병과 같이 생겼다 해서 불리는 병소

완만한 돌길을 지나면 중앙에 휴식공간 비슷한 병풍교를 지나게 되는대
내려다 보이는 곳이 병소, 아직 식견이 짧아서인지 병풍교위에서 내려다 보아도
아니고 내려가서 위로 올려다 보아도 아니고 허면 술병이아니고 꽃병이라서 그런가??
빗줄기도 점점 없어지고 날씨도 이제는 제법 햇살이 비추고
거추장스럽게 입고 다녔던 우의도 벗어 버리니 한결 발걸음도 편하게 느껴진다


와운교

와운교를 건너기 전 우측으로 가면 근사한 고목 한그루가 버티고 있다고 하나
좌측 임도길로 접어들어 오늘에 종착역 반선 마을로...
포장길을 갈려다 지루함이 느껴 질거 같아 계곡쪽의 자연 생태 관찰로를 따라
흐르는 냇물과 곱게 물든 단풍을 벗삼아 오늘에 종착역
뱀사골의 유래를 적어 놓은 지리산 북부 사무소,
옛날 뱀사골 입구 지리산전적기념관이 세워져 있었던 자리에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매년 칠월칠석날 밤이면 주지스님이 사라져
마을사람들은 스님이 부처로 승천했다고 믿고 있었다.
서산대사가 이 소리를 전해 듣고는 사람이 부처가 되어 승천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어느 해 칠석날 장삼 속에 비상(극약)주머니를 달아
주지스님에게 입혀 예년과 똑같이 독경을 하게 했다.
새벽녘이 되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큰 뱀이 송림사에 왔다가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했다.
이에 서산대사가 뱀을 따라 올라가 보니 용이 못된 이무기가 뱀소에 죽어있어
뱀의 배를 갈라 보니 주지스님이 죽어 있었다고 한다.
그 후로 뱀이 죽은 골짜리가 하여 뱀사골이라고 하였고,
끝내 용으로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를 일러 반선(반쪽짜리 신선?)이라 부르다,
어느 때부터인가 반선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뱀사골의 유래

뱀사골의 유래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전한다.
옛날 석실 부근에 배암사라는 절이 있어서 뱀사로 줄여 뱀사골로 됐다는 얘기도 있고,
뱀소에서 유래되어 뱀소골 또는 뱀사골로 부른다고도 한다.
반선매표소를 지나며 우측으로 한참을 내려가야 주차장이 나온다 하였으나
노련한 박기사님 덕택으로 발품을 줄이고 지리산 산채비빔밥에 그 동안의 허기짐을...
기대하였던 곱게물든 단풍은 거시기 하지만 우중산행으로 비와 땀에 젖어
거산 지리의 한자락을 다녀왔다는 기쁨으로...
기대했던 택배기는 글쎄요 별루던디요...
쌍계사의 물탄 막글리 생각나내 ㅎㅎ

 

200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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