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그립다. 겨울이면 겨울답게 매서운 바람도 불어대고 하얀눈이 온 천지를 덮어 보기도 하고 도심속에서야 공해에 찌들려 많은 눈을 볼수
없다 하지만 지대가 높은 산하에서는 겨울 산행의 심설산행이 그리워진다. 논이며 밭이며 모두 덮어 버리고 고산지대의 잔가지에 펼쳐지는 상고대나
눈꽃이 그리워지고 지난주 혹시나 하며 찾았던 태백산에서의 아쉬움을 대관령 백두 대간길에 기대어 본다. 다행히도 방송에서 동해안에 폭설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반신반의하며 이른 아침 집을 나서니 조금이나마 눈이 내려 있지만 대관령 자락에도 이정도면 곤란한디..... 초롱초롱한 별빛이
뿜어대는 반짝임에 눈은 올것 같지 않고 싸늘한 냉기만이 코끝에 와 닿는다. 계양구청에 오늘도 많은 인원이 서성거리고 1,2月 보릿고개라던
최대장님의 걱정도 늘어나는 등산인구에 한낮 기우 였을까? 만차 아니 만만차로 능경봉으로 향한다. 차창밖에 펼쳐지는 맑은 하늘이 우찌 오늘은
달갑지 않게 느껴지는지. 하얀 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월매나 좋을까요 오늘의 산행지를 나눠주고 구 대관령 휴계소에서 시작하여 능경봉을 거쳐
포기할때는 골고루 포기하여야 된다는(믿거나 말거나 맨트) 고루포기산을 경유, 도암교로 하산한다는 말씀, 겨울의 중심에 들어선지도 퍽 오래
되었건만 예년과 달리 올겨울은 눈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겨울 들판이 마치 죽은듯 황량하고 우리는 또 자연의 섭리에 금년 한해의 농작물에 대한
걱정 아닌 걱정도 하고 평창휴계소를 지나며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너의 시작은 미약하나, 장대하게 펼쳐지리라. 정말입디다. 대관령
횡계IC가 가까워 지며 눈발이 늘어나고 동시에 차량속도는 느려지고 길옆으로 쌓인눈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한다. 5cm,10cm,15cm...
급기야 눈에 보이는 창밖은 설원 그 자체. 너무 많은 양의 눈으로 오늘 산행지의 맨트가 고루포기봉은 포기하고 능경봉에서 원점 회귀로 한다고 허나
횡계IC를 나서며 능경봉도 경사가 심하여, 다음을 기약하고 비교적 완만한 코스인 반대편 선자령으로 최종결론. 나눠준 산행지의 녹색선이 아닌
반대편 코스로 가는 것이니 출발 위치도 구 대관령휴계소로 동일하다. 대관령 휴계소로 향하는 버스는 쌓인눈으로 인하여 좀처럼 속력은 낼수가 없고
휴계소에 다다를 즈음 앞서가던 차량들이 쌓인 눈으로 정지하는 바람에 뒤따르던 차량들도 함께 정지. 모두들 차에서 내려 등산준비를 시작한다.
불어대는 눈보라로 앞을 제대로 쳐다 볼수도 없고 스패츠에, 아이젠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선자령으로 출발한다.
온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린
대관령고개. 그토록 원하던 눈길을 오늘 원없이 걸어보게 되었다. 선자령 정상은 해발 1157m 이지만 대관령의 높이가 832m로 표고차는 겨우
325m. 오늘의 코스는 가슴을 헐떡이는 급경사는 없을것 같고 하얀 눈밭에 족적이나 한번 실컷 남겨봅시다. 휴계소 앞 구도를 따라 오르다 좌측
대관령 국사성황당 입구라고 새겨진 집채만한 돌기둥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등로에 쌓인 눈이 무릅까지 차오르고 앞서간 산우님들로 만들어진 좊다란
오솔길처럼 잘 다져진 눈길을 1열로 줄을 서서 오르기 시작한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들리는 뽀드득 울리는 경쾌한소리, 온몸을 동여메어 밖으로
돌출되는 곳은 안면부 뿐이고 가끔씩 불어대는 바람은 뺨에 부딪힐 때마다 짜릿한 전율이 온몸으로 퍼진다. 워메 좋은거. 그래 바로 이 기분이야.
강원도 평창의 명산. 백두대간자락 선자령 눈길을 걷는 다는것 이외에는 대체적으로 완만한 편이어서 산행의 묘미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방금내린 눈으로 신선도가 풍부한 설원을 걷는다는 것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이미 내려 버린 눈에 표면이 살짝 얼어 내리쬐는 태양에 눈부심도
없고 통신중계소를 지날 즈음에는 이곳이 유독 바람이 강하게 불어대는 곳인지 다른곳과는 달리 노면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항공통제소를 지나고
미로처럼 펼쳐진 발자욱만 따라 새봉에 오르니 불어대는 눈보라로 큼지막한 눈언덕이 형성되어 있다 눈꽃인지 상고대인지 겨울산행의 부족함이 없는
풍경. 은빛 세상에 펼쳐지는 향연을 우리는 지금 추위와 허기짐을 접어두고 자연히 연출하는 신의 섭리에 푹 빠져버리고 있다. 신년들어 계획한
눈맞이 산행이 이보다 더 좋을수 있을까. 등산객이 많고 길은 좁고 옆으로 추월해 보려 하지만 허벅지까지 빠지는 터라 추월 할수도 없고 구간구간
선두에 가시는 산우님의 뜻대로 걷고 쉬고 걷고 쉬고 선자령에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하산하시는 산우님과의 교행이 어려워 정체구간이 점점 늘어난다.
스틱으로 주위의 눈높이를 재어보기도 하고 맑은 날에는 동해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 올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한여름 운무가 펼쳐진 것처럼 눈발이
날려 선명한 주위의 조망은 살펴보기 어렵고 아마 저기쯤이 삼양목장일거야 그 어딘가에는 황태 덕장도 있을 것이고 그러고 보니 오늘 시원한
황태해장국은 물거품이 된것이야. 선자령 정상 표지목이 흰눈을 업고 있고 평창의 happy 700 마을에서 만들어 놓은것 같은 이정표에 선자령
200m 초막교 2.5km 라는 표시목이 보인다. 날씨가 쪼매만 보태어 주었으면 초막교로 하산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 날씨가 원만하였으면 요리로
오지도 않았겠지. 그러고 보니 오늘도 올때까지 온것이야. 표고차가 워낙 없으니 힘든줄 모르고 오직 펼쳐진 설원만 바라보고 온 선자령. 나누어준
안내지에는 1157m 인데 표시석에는 1200m로 되어있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조금있으니 거북부대가 보습을 나타낸다. 증명사진 몇방 찍고
조금 서있으니 한기와 배고품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렇다고 눈보라에 적당히 웅크리고 앉을 장소도 없고 선자령 정상에서 펼쳐지는 강풍과 눈보라에
등떠밀려 바로 하산하기로 한다.
현재시간 1시30분, 시간상으로도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버려 앞서가던 산우님들 어디 적당한 장소에 있지나
않을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짊어지고 있는 봇짐에서는 꺼낼 시간도 없이 이것저것 주는 대로 거둬들인다.
역시 이맛은 산이 아니면 느낄수 없는 그맛이다.
아마 산님들이 아닌 다른 분들이 보면 전혀 이해 되지않을 광경... 영하의 날씨에 눈보라에
뭐 제맛이 나겠냐고요? 아니 드셔보시면 압니다. 바람과 눈의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눈밭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꽁지가 되어버린 나누리님과
대관령휴계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200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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