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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을 다녀와서

잔비 2006. 1. 12. 09:58

월 말 도장산을 다녀온후 여른철 휴가와 더불어 잠시 쉬었던 산행을
무박 산행에 오랫만에 합류하기로 한다
유수처럼 흐르는 시간속에 벌써 입추지나 말복,
한낮기온이 30도이상을 오르내리는 요즘음의 날씨에
봇짐메고 오르는 산행길이 평소보다는 조금더 힘이들것 이라는것을
알면서도 산으로 이끌리는 마음을 그 누가 알꼬~~
올라보지 않고는 말이 필요없는 삼복더위에 산행
이번 두타산에서 그 위력을 한껏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시원함에 앞서 한기를 느끼는 날씨)
봄철 꽃으로 물들였던 산하는 초록으로 뒤덮여 무성해진 잎들을 보면서
생명이 붙어있는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으로 그 생명을 지키고 있으매
나도 모르게 더불어 숨쉬는 자연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언덕길을 걷노라면 녹음이 우거진 등로길은
자기도 모르게 나무야 고맙다는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살아가며 힘든일이 있을때나 어려운 일이 있을때 자연으로 달려가
내면속으로 실컷 소리치고 돌아오면 한동안 시달렸던 시름이
그래도 조금은 날아가는 기분을...
이 세상에 나무처럼 모진풍파와 어떤시련에도 굴하지않고 꼿꼿하게
자신을 세워나가는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러면서도 온갖 꽃들을 피워주고 새들을 품어 노래하게 하고
열매를 맺어 더불어 넉넉하게 해주는 인심은 나무들만의 자랑,
그 나무들이 왠지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의 또다른 스승이 될 것만 같은 자연의 섭리,
사랑을 나누어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이 인생에서 한 부분에
중요하다는 것을 내 어머니 또는 스승님들 또는 나무를 통해서 배우고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나무는 부모처럼 스승처럼 우리의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만큼
넓이만큼 그 높이만큼 우리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더운날 뜨거운 태양 아래 노출되는 괴로움도 감수하고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에게로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등로에 서있는 아름다운 노송들

이른 새벽녘 노송이 버티고 있는 사이길로 일렬로 늘어선 반딧불처럼
긴 행열이 이어지고 있다
산행의 시작지점은 포장도로가 지나는 댓재 고갯마루다.
이곳엔 산죽이 많아서 댓재 혹은 죽치령이라 불렀다고 한다.
댓재를 떠난 지 15분 뒤 대간 원줄기 위로 올라선다.
아름드리 노송이나, 잿빛 기암봉이 어울린 풍광도 좋다.
이미 고도로 보아 한참 올라와 시작이어서인지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시원하다기 보다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차갑다.
명주목이를 지나며 하산길에 가까운 내리막길 힘들이지 않고
발걸음 옮기는 기분이야 뭐라 달리 표현할수 없는 가벼운 발걸음 이지만
그만큼 내려가면 다시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리 즐겁지 많은 아닌듯
얼마간 내려가고 다시 오르기 시작하며 저만치에
맑은 하늘의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기시작한다.


통골목이 이정표

1028m봉을 지나 짧은 오르내림의 반복 끝에 통골목이 삼거리에 닿는다.
이쪽 저쪽 모두 1:30분거리 온시간 만큼 더 가야 두타산 정상이다
통골목이부터는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백두대간 길이어서 여전히 길은 뚜렷하고
표지리본은 거의 모두 북쪽으로 향한 길목에만 집중적으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백두대간 종주는 주로 남에서 북으로 종주하기 때문인가 보다.
북에서 남으로 하는 대간꾼들은 없는가?
내가 한번 시도를...


운무에 가려있는 청옥산

두타산 능선은 동고서저를 이룬 한반도 지형의 전형을 실감할 수 있는 구간이다.
동사면은 절벽이나 다름없는 급경사이며,
때문에 동쪽으로 유난스레 시원한 조망을 종종 만난다.
말복의 심술을 느끼지도 못하고 불어오는 산바람과 동해의
바닷바람이 한대 어우러져 불어오는지 어이 시원타 만 연발하며...
산을 내려가서야 알았지만 푹푹찌는 날씨를...


두타산 정상석

널직한 공터를 이룬 두타산정에는 정상 표지석과 별도로
높이 1m쯤 되는 둥근 돌을 네모난 돌받침 위에 얹은 정상비석이 또 있다.
무릉계 10.2km, 약 3시간 청옥산 들려가면 5시간 어디로 갈까?
해발 800m의 댓재에서 1,353m인 두타산 정상까지는 8km 남짓 걸어왔으니
오늘 코스도 그리 짧지만은 않은거리... 식사나 해보고 생각해보자
두타산 정상은 사방이 훤히 트여 있으나 운무가 걸쳐있어
조망은 벼로 이지만 말복 추위(?)가 기다리고 있다
JB님이 아마도 한기를 느껴 우의를 걸치고 있던것으로 생각됨
이미 올라오신 팀들이 식사를 하고 있고 그옆에 자리잡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즐거운 식사를...
이제는 청옥산으로 가느냐 두타산성으로 가느냐
이미 선두팀은 가버린 상태이고 생각 하는척 하다 기냥 내려가지 뭐 ㅎㅎ


두타산성의 아름다운 노송들

두타산에서 내려가는 하산길은 직벽에 가까운 경사길부터 시작이다.
하산길이 3시간 가량 소요 된다 하니 쉬운 여정만은 아닌듯
올라오는 분들도 있는대... 이쯤이야. 계곡길이 아닌 능선길이어서
주변경관을 두루 살피며 내려 간다는것이 그래도 즐겁기만 하다
빛깔고운 거목 노송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것을 바라보며...
다른산과 특이하다면 이곳 두타산에는 아름들이 노송들이 많이 자생하고있어
고산다운 풍미를 자아내고 있다.


수많은 목숨이 죽임을 당하였다는 두타산성

쉰움산 갈림길에서 얼마 내려가지 않아 능선상에 있는 두타산성
석성으로 멀리 신라때 처음 쌓았다고 전하며 조선 태종 14년(1414년)에
삼척부사였던 김맹손이 험한 지세를 이용하여
부분적으로 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임진왜란때
왜적과 항쟁하던 슬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산성을 뒤로 하고 내려가는 무릉계곡 까지의 내리막길이
몹시도 가파르고 혹시나 돌멩이라도 잘못 건드려
앞서가는 산우님 뒤통수에 혹이라도...


쌍폭위에 자리잡은 용추폭포

용추 폭포는 산행 하산길 반대방향으로 다시 올라야 볼수있어
내려갈까 갔다갈까 망설이는대 오늘 무릅이 걱정되는 순바리님이
말이 필요없이 앞서가신다 follow me.ㅎㅎ
청옥산과 두타산 능선사이로 흘러내려온 물은 용추폭포에서
거대하고도 오묘한 자연의 조각작품을 만들어낸다.
물의 흐름이 화강암을 뚫어 탕(항아리)을 만들고
그 탕에서 흘러내려 폭포를 이룬 것이다.
폭포란 암벽위에서 그냥 떨어져내려도 아름다운 것이지만.
두타산의 용추폭포는 항아리를 만들어 놓고
항아리속에서 열두번을 휘돌아 떨어져 내리는 희한한 폭포이다.
거대한 선반위에 얹힌 항아리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항아리가 어슬픈 도공이 만든 항아리가 아니라
솜씨를 다하고 마음을 다하여 세밀히 닦고 다듬어 만들어낸
자연의 오묘한 작품이라고 생각해보라.
기냥 내려갔으면 후회 막급 청옥산도 못갔는대...


무릉계곡에 위치한 학소대

오늘은 시작부터 뒤에서 노닐더니
끝나는 시간까지 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려왔다
서두를것도 없고 힘들이지 않고 두타산의 비경을
거져 눈에 담고온듯 싶다 후미에 계신 여러분의 은공으로 ㅎㅎ
임도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니 좌측에 학소대라는 곳이 보인다.
갈수가 되어서인지 흐르는 물은 보이지 않으나 한쪽은 부분부분
바위옷으로 검게 변색된 붉은 색이 도는 바위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듯한 단애와
맞은편은 세번의 굴곡을 이룬 암반으로 되어 있는 골 사이로
떨어지는 가경이 환상적이라는대 오늘은 흐르는 물이 없어서인지
그저 평범하고 넓적한 마당바위 쯤으로...
풍부한 유량이 있을지라면 하얀 포말을 이룬 폭포는
와폭을 이루어 하얀 비단폭을 드리운듯 암반위를 미끌어지고
누구나 이곳에 오면 한번 넓은 암반위에 앉아서 땀을 식히며
폭포와 주변경관을 차근히 구경하고 싶어지지 않을 수가 없는 곳으로
수만년을 내려오는 사이에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들의 감각이
그런 쪽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을 내려오니 말복의 위력을 실감하는 따끈한 날씨
두타 청옥과 연계되는 무박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묵호항의 바닷바람이나 느껴보러 가입시다.
아! 갔다왔지요. ㅎㅎ

 

200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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