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나의산행기

계방산을 다녀와서

잔비 2006. 1. 18. 16:28

을유년이 시작 된지도 어느덧 한달이 지나가고 있다. 항상 새해가 되면 꼭 이루어 지리라는 보장도 없이 혼자만의 약속을 하고 뭐 깊이 따져 보면 이루어져도 그만 안 이루어져도 그만, 하지만 그 어떤 목표라도 있다는 것이 의미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끌려가는 인생사에 그 어떤것도 멈추거나 머무를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뒤돌아 보는 한해에는 조금은 반성의 시간도 가져 보고 그런 것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일도 지나가면 오늘이 될진데 하루하루 반복되는 인생의 섭리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살면서 인연이라고 느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는 것이매 그저 단순한 산이라는 인연으로 이렇게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걷는다는 것이. 새로이 주어진 일상의 인연이 아닐까? 시간이 거듭될수록 마치 마법에 걸린것 처럼 가끔은 낯설은 동반자가 나타나도 부담이 없고 낯익은 동반자가 보일 때이면 그저 보이지 않는 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이 나만의 기분일까? 오늘은 모처럼 산은 좋아하지만 좀처럼 시간내기 어려운 벗과 동행을 하기로 하였다. 기본체력이 있어 경인에서의 행보쯤은 무난하리라 믿고 먹을 것이나 마니마니 가지고 계양구청으로 나오라고 지난주 선자령 생각하고 눈이 많이 쌓여 설산구경 제대로 할 터이니 스패츠등 기본 장비 챙겨서.. 항상 회심의 미소로 사로잡는 북극성님, 그리고 장학관님, 오소리님. 또 처음뵙는 여러분과.... 경인의 버스는 운두령 고개로 향한다. 맑은 하늘에 가끔씩 보이는 지붕위에는 눈이 수북이 쌓이고 아니 저 높은 곳까지 버스가 어찌 올라갈꼬. 하지만 도로는 이미 말끔히 치워놓아 수월하게 진행한다. 설산의 풍미를 한껏 자랑하는 계방산이기에 앞에도 버스, 뒤에도 버스, 오늘도 초반 산행하기 지루하게 이어 지겠구만... 굉음을 내면 올라선 운두령 고개는 인산인해이다.

9:45 운두령 출발 1089m
이제는 등산인들이 계절도 없다. 봄이면 꽃향기에, 여름에는 찌는듯한 폭염과 어우러진 녹색물결에, 가을에는 황금빛 물드는 산하에, 겨울에는 설화와 상고대에 빠져 사시사철 매니아들이 넘쳐흐른다. 표고차 없는 등로를 벗과 함께 시작한다. 초반에는 함께 동행하기로 생각하고 멋진 설경은 카메라에 담고 좌우에 펼쳐지는 마루금 감상하며 오르지만, 어디 고것이 뜻대로 되겠는가. 앞에서 멈추면 뒤에서는 자동으로 멈추어야 되는 것이 옆길로 새어보려 하지만 등로에는 눈길이 녹아 있을것 같아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도 하지 않고 시작을 하여 길을 벗어나려면 발목이상으로 눈에 빠져 버린다. 찰까 말까 생각하다 조금 넓은 곳이 나타나면 두어 발짝 앞으로 앞으로, 뒤따르던 야는 워디오는지 보이질 않고, 기다려 에이 그냥 가지뭐 외길인디 어디로 빠질것도 없으니, 오늘은 일취월장 앞서가는 정빈씨를 따르려고 생각을 하였지만 맨 앞좌석에 앉아 있더니 그새 얼마만큼 달아났는지 보이질 않는다. 뽀드득 거리는 하얀 눈을 밟으며 올라가는 길이 행여 미끄러져 넘어질까 다리에 힘 팍팍주고 40여분 올라가니 정체구간 비슷한 곳이 나타난다. 정체구간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난이도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인파도 많고 길도 다소 미끄럽고 요로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지난주 선자령에 비하면 약간의 경사면길 같은 이러한곳도 있으니 그래도 다행. 늘어선 행렬보다 앞서 갈려면 이런곳이 조금씩은 있어야 하지요. 오름길을 쉬지 않고 걷다보니 드넓은 곳에 도착 이곳이 헬기장인 모양이다. 쌓인눈에 뒤덮여 헬기장 표시는 보이지 않으나 넓은 것으로 보아서는......

11:00 헬기장 도착.
따사한 날씨에 구름한점 없고 볼을 에이는 찬바람도 없고 경치야 흑백사진을 병풍처럼 드리워 놓은것 같지만 요러콤 좋은 조망도 보기 힘들듯. 북쪽으로 보이는 것이 오대산이나 설악산 쯤으로 생각되고 그 옆으로 작은 봉우리들이 줄줄이 서있는 것이 한폭에 그림이다. 계방산 정상도 눈앞에 서 있고 출발지에서의 시간이 얼마 만큼 지나서인지 눈 덮이 산길에는 정체현상도 없고 이곳 저곳 감상할수 있는 여유도 있고 멋진 풍경에 카메라 셔터도 눌러보고 단지 물한모금 마시지 않고 울라 왔더니 갈증이 좀 생기는 것 같지만 고지가 바로 저긴데 기냥 올라가자.

11:15 계방산 정상. 1577m
아니 적지 않은 고도의 높은 봉우리이지만 바람한점 없이 이리도 포근할까, 꽃피는 춘삼월의 날씨로 착각이 될 정도로다. 감히 따를수 없는 북극성님, 정빈님, 최대장님, 윤대장님. 찌끔 있으니 함께온 친구가 올라온다. 아니 야가 계양산 몇번 오르더니 실력이 아주 근사하구만. 돌탑을 배경삼아 증명사진 찍으려는디 아니 조금 전까지 작동하던 카메라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 아니 이것이... 장갑속에도 넣어 보고 가슴에도 품어보고 별것이 다 속씨기내. (전날 배터리 충전을 하였는대 적색불에서 녹색으로 바뀌며 바로 전원을 off 시켰던것이 화근으로 생각됨. 겨울에는 베터리 소모량이 많아 녹색으로 바뀌어도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할것 같음. 아님 예비 배터리 지참.) 그래도 정상 증명사진은 가져가야지. 조금 있으니 카메라를 소지하신 산우님이 도착하신다. 오우, 다행이다. 멈춰버린 디카 땜시롱 설국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한가득 담고 하산. 산세의 배경을 조망하는대는 노동계곡보다는 운두령 휴계소로 하산하는 능선길이 제격이겠지만, 거리상으로 짧아보여 주목군락 삼거리로 향한다. 내리막길에 눈길에 앞쪽에 스틱 팍팍찎고 고사목과 주목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감상하며 아직은 때가 이른 시간이기는 하나 뭐 또 어디 펑퍼짐한 자리 없을까 두리번 거리며 내려가는디 앞서가던 북극성님 자리잡고 기다리신다. 더 내려가면 완전히 하산이고 여기서 상차림 하는 것이ㅎㅎㅎ.

11:30
한잔, 한잔과 어울리는 따끈한 멀국 산중에서 먹는 맛, 달리 설명할 말이 필요없고 좋은 날씨에 무겁지 않는 방댕이 뭉기다 보니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떔시 무려 1시간이나 흘렀다. 경인에와서 처음으로 거북님, 홈님과 함께 꽁댕이로 하산을 한다. 이제는 굳이 앞서갈 이유도 없고 갈수도 없고 다른 산악회에서 오신 분들과 함께 어우러져... 이곳은 너덜길이 많은 코스로 무릅에 적지않은 부담을 주는 곳이라 하지만 쌓인눈이 다져져 한결 수월하게 진행한다. 간혹 넘쳐 흐르는 물로 결빙구간도 있지만, 아이젠에 밟히는 샤각거리는 소리가 둔탁한 돌뿌리에 부딪히는 것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소리로... 넓은 임도길이 나타나며 좌우에 대나무숲을 연상케하는 곧게 뻗은 낙엽송인지 전나무인지 하늘을 찌를듯이 촘촘이 서있다. 조금더 내려가니 역사의 희생양 이승복 생가, 요즈음 어린이들은 공산당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을까? 길은 경사면에서 평평한 완만한 길로 접어들고 앞서가는 거북님, 홈님, 정빈님, 무신 걸음이 그리 빠르 당가요. 따라가기 정말 힘이 들더이다. 낭중에 홈님은 버스 뒤꽁댕이 따라 아주 뛰어가시더군요 ㅎㅎ. 헌대 우찌 거북클럽일까요???

14:00 주차장 도착.

2005-01-23

'글방 > 나의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량산을 다녀와서  (0) 2006.01.21
지리산 웅석봉을 다녀와서  (0) 2006.01.18
선자령을 다녀와서  (0) 2006.01.13
두타산을 다녀와서  (0) 2006.01.12
지리산 바래봉을 다녀와서  (0) 200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