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나의산행기

청량산을 다녀와서

잔비 2006. 1. 21. 09:59

지리산 만복대를 다녀온 후 약간은 느려진 산행속도로 정령치에서 고리봉을 오르지 못하고 완주를 하지못하였다는 아쉬운 마음에 남녁땅 천관산의 억새산행에 뜻을 두었으나 그것마저 참석을 하지 못하여 더욱더 아쉬움을 달래는 11월의 시간을 보내고.... 가을처럼 산행하기에도 적당한 계절이 없을 듯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이지만 가을이다 싶으면 벌써 저만치에서는 겨울이 오고 있는 것 같아 사계의 큰 의미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겨울의 서막을 알리는 입동도 지나고 고운단풍에서 낙엽되어 나뒹구는 봉화 청량산을 가기로 한다. 단풍 행락철도 끝이 나고 조금 멀다고는 생각되지만 기암절벽이 주왕산 협곡 못지 않은 장관을 이루고 있다는 청량산. 조선일보 주말매거진에 공민왕도 반해버린 산으로 대문짝만하게 보도가 된것을 보니 명산은 명산인가 보다라고 생각은 되지만 한편으로 매스컴에 한번 오르내리면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 있어 등로의 정체현상이 걱정되기도 한다. 겨울의 시작이라지만 맑고 따뜻한 날씨에 낙동강 변을 즐기며 달려간 버스는 오늘의 산행 시작점인 좌석이 아닌 입석으로 향하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많은 차량과 산님들이 좁다란 차로를 가득 매우고 있다.

11:30
입석출발
대부분의 산행지가 초반에는 약간의 워밍업 비슷한 적당한 경사면을 오르고 시작되지만 초반부터 산 옆구리를 감아 돌듯이 등로를 오른다 적당히 만들어 놓은 원목계단길, 외로운 소나무도 아름답고 한해의 임무를 완수하고 매말라 떨어져 나뒹구는 낙엽들의 모습은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깍아 자른듯 수직절벽밑의 응진전. 원효대사가 수도를 위해 머물렀다는 곳이기도 하다. 건너편에 보이는 축융봉을 거울삼아 앞쪽의 짜뚜리 땅에 고랭지채소인지 상추 배추를 가꾸는 스님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응진전을 뒤로하고 얼마 가지 않아 총명수란 안내판이 붙어 있는곳이 나온다 말그대로 물을마시면 총명해질까도 생각해 보지만 지금은 마시기에는 좀 아닌것 같다. 청량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어풍대를 지나고 오늘의 A,B코스인 김생굴 방향과 경일봉 방향이 나온다. 뭐 달리 생각할것도 없이 경일봉으로 오르고 건조한 날씨의 연속으로 등로에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먼지가 자욱하다. 이미 시간상으로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이라 급경사의 무거운 발걸음과 따사한 날씨덕분으로 땀이 비오듯 한다. 오늘도 꽁댕이에서 허둥대다 오랜만에 참석한 주모님과 동행하려 찾아보지만 앞서 가버렸는지 보이질 않아 속력을 내어 보지만 배낭에 이것 저것 가저온것이 짖누르고 있어 속력이 나오질 않고 워찌 초반은 요로콤 힘이 드는지 (넘들도 그런가요?) 한참만에 겨우 합류한다.

12:20
경일봉 750m
넓은 공터에 도립공원치고는 제법 정성스럽게 표시석까지 마련해 놓았다. 지난번에 오른 지리산 만복대에는 표시석은 고사하고 표지판도 바람에 날아갔는지 보이질 않더니만... 주의의 조망은 늘어선 나무들로 잘 보이지도 않고 산행코스는 비교적 짧은 거리이지만 아기자기한 봉우리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멀리 자소봉(보살봉)에 많은 산님들이 올라있는 모습이 보이고 자소봉 바로앞 봉우리에 이르러 우회길과 정면으로 치고올라가는 두갈래 길이 나타난다. 기왕이면 두루 살피자고 정면돌파를 한다. 끙끙대며 올라 내려오니 어쭈구리 이번에는 제법난이도가 있는 봉우리가 나타나내. 안전산행.... 지난 겨울 천마산에서 아들녀석과 하산도중 정상 바로 아래에서 아들녀석이 굴러 떨어져 중상을 입는 사고로 119까지 불렀던 기억도 나고 배때기에 상처만 나지 않았어도 한번 시도해 보는것인디, 다음을 기약하고 우회로로 내려선다. 김생굴 방향으로 올라오신 산우님들과 합류지점이기도 한 자소봉아래 수직벽에 가까운 철계단을 오르니 이곳이 자소봉이다.

12:55
자소봉 840m
좌측으로 더 높은 봉우리가 있지만 오를수는 없고 주의를 살필수 있는 망원경과 철난간이 설치되어있어 발아래 펼쳐지는 산새를 한눈에 조망할수 있는 곳이다. 자소봉옆 탁필봉 연적봉은 나란히 붙어 있어 마치 삼형제 봉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듯 싶고 올라오신 산우님들과 증명사진 한장 박고 어딘가에 모여있을 산우님들을 찾아간다. 비바람 피하기좋은 자소봉아래 비박굴을 지나니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는 암봉밑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매마른 등로이라 산님들이 지날 때마다 먼지가 일기도 하지만 무겁게 매고 올라온 봇짐들 풀어놓으니 한상 가득, 이것도 몇주 지나면 양지바른 명당자리 아니면 내년봄을 기약해야하지 않을까? 한겨울에 능선에서 코를 배어갈 정도로 쌩쌩부는 바람에 장시간 버티기란 그리 쉽지가 않을것을.... 연적봉을 지나 낭떠러지 비슷한 바위와 바위 사이길을 로프를 잡고 내려간다. 예상 등로를 생각하지 않으면 마치 하산 코스와 같은 내리막길 협소한 철계단을 내려갈 때에는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게 만들어져 있어 위 아래에서 적당히 순번을 정하여 오를수밖에 없는 길, 철계단 중간쯤 내려 왔을때 한 여성 산우님이 기냥 올라오신다. 아니 어디로 피하라고 성질도 급하시지. 나온배 쑤욱 집어넣고 빠져나와 계단을 내려서니 뒤실고개 삼거리다.

14:05
뒤실고개
지명도참 요상허네 뒤실 뒷간? 부라운고체 버리고 가라는 곳인가? 청량사와 의상봉(장인봉) 갈림길이다. 청량사 경내를 살피려면 하산코스로 가야하고 산행의 의미를 둔다면 직진하여 장인봉으로 (장모봉은 없는가요?)가야한다. 가벼워진 배낭과 적당히 풍만해진 배를 잡고 자란봉을 지나 콧노래부르며 선악봉아래를 앞서가는 산우님들 따라 수북이 쌓인 낙엽길을 살금살금 걸어간다. 여기서도 좌측으로 내려서면 육각정자가 나오는 하산길이고 선악봉사이로 나있는 길을 올라야 정상으로 향하는데 앞에가던 산우님들이 길을 잘못 들었는지 되돌아온다. 올려다보는 선악봉은 급경사인데다가 등로도 시원치 않아 머뭇거리다 오늘도 여기를 오르지 않으면 반쪽자리 산행이 될것 같아 올라가는 길을 택하여 나누리님과 동행을 한다.(이곳에서 물사랑님이 착각을하여 하산을 하게 된것 같음.) 오늘의 등로중 제일경사가 심한곳이다. 정상적인 등로가 아닌 자연그대로의 길에다 로프만 늘여놓은 길이라 혹시라도 잘못하여 돌맹이라도 구르지 않을까 조심 조심 오른다. 청량산의 높이는 그리 높지는 않으나 중간 중간 오르고 내리는 코스가 제법 운동이 되는 아기자기한 등로 인것 같다. 힘겹게 오른 능선에서 보니 정상이 건너편에 버티고 서있고 움푹패인 협곡을 내려서니 통제소 갈림길이라 표시되어 있다(어디 통제소인지는 확실치 않음). 의상봉을 향하는 마지막 철계단이 반갑지 않게 우뚝 서있어 마지막 힘을 쏟아 부을 지점이다. 조금전 까지도 코끝에 넘실대던 알콜 기운도 모두 날아가 버리고 공민왕이 반해버렸다는 청량산 정상에 오른다.

14:45
의상봉(장인봉 870m)
지금까지의 피로가 모두 날아가 버리는 순간, 의상봉이라는 표시석도 있고 하나 둘 모여 쌓아 올린 돌탑도 있고 청량산을 소개하는 노란 안내판도 있는 장인봉. 저멀리 내려다 보이는 낙동강 줄기와 건너편에 보이는 축융봉이 어울어지는 파노라마가 지금도 눈가에 아른거리고 전망대라 칭하는 절벽위의 철난간에서 내려다보는 산새는 가히 일품이로다. 내려가는 하산길은 정돈 되지않은 자갈길이어서 한번 넘어지면 저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갈것 같은 조심스러운 길. 앞서가던 다른 산우님들이 구르는 돌맹이에 뒤통수 얻어맞을까 길옆으로 비켜서서 먼저 가라 한다. 낙엽과 함께 쌓여 있는 자갈길을 한발 한발 내딪는 것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산님들이 등로중 나타나는 계단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곳에는 있어야 될 법한 등로이다. 한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니 이곳이 두들마을인지 민가 몇체가 보이고 얼마만에 보는 앞마당에서 내리치는 도리깽이질이 시골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해가지고 가을은 가고 찬바람이 불어대는 동장군의 계절이 다가오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그런 하루하루가 되기를 산우님 모두에게 기원합니다.

 

200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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