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지나 낼 모래면 지나면 우수(雨水), 옛말에 우수, 경칩 지나면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말이 있다. 봄 기운이 돌고 산천초목에 싹이
틀수있다는 계절. 벌써 제주에는 유채꽃이 활짝 피고 한라산 수목원 눈밭에 복수초가 겨울을 비집고 나와 봄의 소리를 알렸다 하니 벌써 차디찬
겨울의 동장군이 꼬리를 감추는가 보다. 선자령에서의 때아닌 설산 횡재로 쌓인 눈은 원없이 밟아 보았지만 아직은 미련이 더 많이 남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더 앞선다. 예전에 군대생활을 최전방 민통선 안에서 근무를 하였던 터라 한겨울에 쌓인 눈이 어느 정도 인지는 가히 짐작이 되지만 그때와
지금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점점더 비교가 될 수는 없을 것이고 산정에서라도 눈부신 하얀 산하를 볼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앞길을 쓸면 황금이 굴러 들어온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른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배낭을 둘러매고 나서면 건강이 굴러 들어온다는 사견이 있어
오늘은 한 개의 산이 아닌 두개의 산을 연계 산행하는 코스라 일석삼조라 생각하고 계양구청으로 향한다. 설 연휴가 종료되고 첫 일요일 이어서 인지
평소보다는 적어 보이게 모여들 계신다. 버스에 오르니 최고문님과 그 주변에서 오래전부터 맴도신다는 깨비필명을 가지고 계신 선배님이 뒤쪽에
계신다. 드뎌 이제 시작이신가요 반갑습니다. 삼팔선 휴계소에서 잠시 쉬고 금학산 고대산으로 가는 팀과 고대산으로 가는 팀중 두개의 산을 오르는
산우님들이 오늘의 출발지점인 철원여고 앞에서 먼저 하차를 한다.
9:20 철원여고 앞
약 20명 중에 여자분은 단 두분,
대단하십니다..... 준마, 정빈씨와 지난번 어답산을 종행무진 선두에서 달리셨다는 분도 고대산으로 가셨는디, 저분들은 그러면 철마인가요????
오늘 예사 롭지 않은 행군이 되겠구만. 몇주 쉬었던 관계로 고대산으로 갈까 망설이던 김대진님도 결국 약한모습 감추고 금학산으로 출발. 오늘은
믿는 구석도 없고 종종걸음으로 줄기차게 따라가는 도리밖에 없을것 같다. 금학정(국궁장)이라는 큼지막한 표시석을 지나 콩크리트 길을 따라 걷는가
싶더니 바로 경사면길의 시작이다. 철원 평야의 한곳에 위치한 산이기에 어느 정도의 둔덕에서 시작되는것이 아니고 표고 그대로 오를수 있는 산이기에
초반부터 경사가 심하다. 헐떡 거리는 가슴과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는 다리를 한발 한발 내 딛으며 그래도 초반에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여
올라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앞서서 가던 선두는 벌써 보이지도 않고 상투바위를 지나며 경사는 더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때로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구간도 지나고 스틱을 두개 사용하는 나로서는 조금 껄끄러운 지점. 산정에 오르는 것을 어느 칼럼리스트는 인생의 행로와 비슷하다고 기고한적이
있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는 2~3명이 서있기에도 협소한 공간이라고 한다. 그 좁은 공간을 오르기 위하여 산악인들은 준비를 하고 계획을 세운다.
오직 그곳 산꼭대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 철저하게 계획하고 구간 구간별 모든과정을 구상을 하여 한발한발 오르는것이 어쩌면 삶의 목표를 정하고
매진하는 인생과 비유된다는 것이다. 뒤돌아보는 철원 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고 군사 시설물 통로를 지나 넓다란 콩크리트 헬기장에 도착.
휴전선 가까이 전방에 위치한 산이어서 인지 군사시설물들이 곳곳에 보이고 헬기장 왼쪽 그리 멀지 않은곳에 금학산 정상석이 버티고 있다. 맑은
하늘에 오늘 두번째로 올라야할 고대산 자락이 북쪽으로 아스라히 펼쳐져 있고 에고 언제 또 저기까지 갈까나.
10:40 금학산
정상(947M)
이미 선두로 올라오신 산우님들은 삼삼오오 고대봉을 향하여 산을 내려가고 있다. 올라오는 길은 양지바른 곳으로 미끄러운
결빙구간은 없었지만 내려가는 북쪽길은 응달진 곳이 많아 아이젠을 착용하라는 대장님 말씀. 기냥 내려가다 미끄덩 하면 망신살 뻗치니까요. 구간구간
결빙구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구간이 더 많아 아이젠을 착용한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조심조심 그래도 올라갈때 보다 다리의 불편함이
훨씬 편하여 고갯마루 임도길에 다다를 즈음에는 앞서가던 산우님들이 모두모여 쉬고 있어 간격이 좁혀지는가 했더니 또 출발이다. 물한모금 땡기고
배경한번 찍고 출발. 타이어 벙커를 넘고 군용도로 인것 같은 소로를 따라 조금오르니 앞서가던 분들이 웅성웅성 오호라 방향을 잘못 잡으셨군요.
고대산자락 헬기장으로 오르는 것은 여기 리본이 펄럭이는 이곳에서 좌측으로 올라야 된다는 말씀 초행길 미로에서 나무가지에 걸린 리본의 역할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사랑님 그래서 오늘의 중간휴식처에 어부지리로 먼저 올라가게 되었지요 ㅎㅎㅎ
11:50
능선헬기장(752M)
건너편 금학산에서 고대봉은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이곳에서는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생각하니 힘든 난관은 모두 통과
된것인가? 주위에 바람한 점 가릴 것 없는 공허한 헬기장이나 엄습해 오는 추위도 없고 이곳에서 식사후 출발하기로 한다. 황량한 능선에 이처럼
찬바람이 불지 않고 있는 것도 고대산 신령님의 배려인가? 이세상에 바람이 없다면 지구는 거대한 가마솥이요 열대지방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고
북극이나 남극지방에 모든 생물들은 동사로 변해 버릴 것이고 풍력을 이용한 모든것이 정지되어 버릴 것이니 어휴 생각만해도... 오늘은 전방의
고산이라 엄청 추울 것으로 생각되어 도수높은 고량주를 가져와 한입 털어넣는다 입안이 금새 화로로 변하는듯 온몸이 짜릿하다. 거기에다 반주로
옥로주 한잔. 김대진님과 여자분 두분이 마지막으로 도착하고(체크무늬 상의를 착용하신 분이 참한결 산우님 이신가요?) 풍성한 먹거리로 오늘도
어김없이...
12:35 고대산으로
이곳에서부터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화개장터와 같이 경기도와 강원도가 구분되는 능선길.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이지만 그래도 산은 산이로다. 건너편 금학산 내가 오늘 저기까지 갔다 왔다는 자기만의 뿌듯함이 얼큰한 콧등과 함께 회심의
미소를.... 도시근교에 위치하여 있으면 많은 산꾼들로 등로가 몹시도 분주할 그런 명산 이지만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한산하게만 느껴지는 그런
산, 금학산을 오를때도 마주친 인파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여유로운 길이었던 것 같다. 아득하게 보이던 고대산이 다가올수록 그주위에는 금학산과는
달리 산꾼들의 모습이 제법 많게 눈에 들어온다. 능선길이지만 이곳도 응달진 곳에 눈과 얼음이 그대로 남아있어 아이젠을 찰까 말까 몇번 망설이다
기냥 가자, 때로는 우회도 하고 작은 돌탑을 쌓아놓은 아래 헬기장에 도착하니 105mm 곡사포 포탄을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 같은 종도 보이고,
바로건너편 고대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13:35 고대산정상(832M)
금학산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초병들이 경계를
서고있다. 분단된 조국의 아픔이랄까? 외국인이 본다면 자못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는 고대산 정상. 우리나라 최북단 철로 종점인 신탄리역과
인접해 있어서 인지 이곳은 등산객들이 곳곳에 모여있어 이웃해 있는 금학산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이미 이쪽만을 택하신 분들은
하산을 하였을 시간인것 같아 증명사진 한장 찍고 제2등산로를 이용하여 하산을 시작. 제법 눈이 쌓여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양지바른 곳에는
겨울 가뭄으로 인하여 한발한발 옮길 때마다 먼지가 펄펄 날린다. 계단길과 로프로 이어진길 이곳 역시도 등로길은 급경사로 이어져 내려가는 길이지만
허벅지 근육이 뻐근해 온다. 이곳으로 올라오신 분들도 고생깨나 하셨것네요.
14:45 주차장도착
금학산에서 고대산으로
이어지는 속보 행군으로 다소 힘은 들었지만 나름대로의 멋진 추억을 뒤로하고 아치가 있는 주차장을 빠져 나와 인천으로 빠~~빠~~이
200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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