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나의산행기

오대산 노인봉 산행기

잔비 2006. 2. 11. 14:08

모기허리 휘어지는 처서를 지나며 10년만의 무더위(the dog days of summer)도 찌는 듯한 폭염도 가는 세월에는 어쩔수 없는지 이제는 제법 조석으로 찬바람이 느껴진다. 매미,민들레,메기로 올여름 ㅁ으로 시작되는 지긋지긋한 장마도 지나고 장마후의 빗소리는 반갑지는 않지만 토요일 일요일 약간의 비가 온다는 소리를 접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좋은 날씨를 느끼려면 그것이 오랜 악천후의 뒤에 와야 하는것처럼... 그러나 나쁜날씨란 없다. 종류만 다를 뿐이지. 날씨가 좋고 나쁨은 단지 인간에게 편리하냐 불편하냐를 따지는 것이지 비가오면 소금장수가 울상이고 날씨가 맑으면 우산장수가 투덜거리듯이... 요즈음 어쩌다가 들리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운치를 느끼게 하지만 산행에서 느껴지는 매미소리는 짜증스러울정도의 가공할 소음으로 느껴질때가 더 많은것 같다. 날개다리를 움직여 소리내는 여치, 귀뚜라미, 매뚜기가 기악가라면 매미는 울음주머니를 진동시켜 소리내는 일종의 성악가라나... 성량에 있어 타충(他蟲)의 추종을 불허하며 자기존재를 알리고 구애를 위해 그토록 시리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그러하다. 환경오염으로 말벌, 찌르레기등 천적이 줄고 지구온난화로 겨울에 동사(冬死)하는 유충이 적어져 매미수가 급증하는 까닭도 그러하다지요. 오랫동안의 장마와 하기휴가와 겹치는 관계로 장기휴식에 들어갔던 휴무가 끝나 본격적인 산행의 계절이 다시 시작 된것 같다. 근거리 무박산행이라 평소보다 한시간 늦게 출발을 한다. 계양구청에 도착하니 어제의 용사들이 반갑게 다시보이고 초반에 오대산으로 날르자던 산사랑님은 아니보이시고 요즈음 산에대한 애정이 식으신건 아닌지(?). 만차에 가까운 산우님들을 맞이한 버스는 마지막 정거장을 지나도 온다던 불도자님이 보이지 않는것이 허리의 후유증이 쪼까 걱정되어 불참하는가 했더니 요지음 바둑에 심취하여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다가 약속장소를 벗어나게 되었다고(바둑이 원래가 도끼자루 썩는줄모르는 신선노름이지요.) 절반이상에 가까운 새 얼굴들과 또한 낯익은 얼굴들이 함께 한 버스는 운무 가득한 진고개 휴개소에 도착한다.

02:30
진고개휴개소 도착.
인천에서 평소보다 늦게출발을 하였으나 시간이 이른지 산행시작을 04:00부터 할터이니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라고.. 황량한 밤하늘에 보이는 별은 없고 가끔씩 불어대는 잔솔바람에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는 자욱한 안개만이 우리를 반기는 진고개 새벽시간. 마침 요지음 그리스아테네의 올림픽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잠시후면 시작될 올림픽 8강 축구예선이 벌어지는 새벽 3시의 한국대 파라과이의 축구 경기의 라디오 중계에 귀를 기울인다. 천신만고 끝에 또다른 상대편의 도움으로 8강까지 합류한 올림픽 대표팀. 지금부터는 리그전이 아닌 녹다운 방식으로 패하면 탈락. 최선을 다하여 뛰고 있는 대표팀은 아쉽게도 1대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반전을 종료한다.

04:00
노인봉으로 출발.
전반전 축구경기가 끝나자 일행들을 모두 출발준비를 하고 좌 우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버스의 산님들도 모두들 버스에서 내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야간산행의 단점중에 하나인 전혀 주의상황이 판단되지 않는다는 점. 그저 앞사람만 바라보고 걷는 다는것 외에는. 아직도 태풍 메기의 후풍이 남아있는지 안개가 자욱히 끼어 렌턴에 의지한 시야를 더 많이 가리는것 같다. 이번에도 정상부에서 시작되는 소금강줄기의 멋진 조망은 기대하기 어려울것 같다. 온다던 비 만이라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곳곳에 빗물에 움푹패인 넓다란 길을따라 조금은 질퍽거리는 부분도 있고 우측길옆 고냉지 배추밭을 지나 30여분 지나니 진고개에서 1.5km올랐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노인봉이 해발 1338m라지만 이미 진고개의 높이가 960m이니 실제로 오르는 높이는 약 378m정도. 에구 겨우 요것이여. 계획된 등로는 노인봉으로 직접가기로 되어있지만 선두 대장 불도자님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고 뒤에서 오시는 두분 어르신과 나무에 매달아놓은 리본과 등산화에 다져진 등로를 따라 발길을 옮기다보니 노인봉 대피소 길로 방향을 잡은것 같다. 내려가는 길인것 같기도 하고 무엇이가 보여야 말이지. 다시오던길을 되돌아 오르니 저만치 왁자지껄 모여오는 팀. 보이지 않아도 뉘신지 금새알것같다.(아자아자외 ???) 이길이 맞습니까? 맞다고요. 또다시 오던길로 내려갑니다. 아니 산비탈길로.

05:15
백두대간길 노인봉 대피소 이정표가 보인다. 우측으로 가면 황병산. 직진하면 노인봉 대피소. 노인봉으로 오르려면 좌측으로 가야한다. 약 250m전. 서서히 여명도 밝아오고 주위의 윤곽이 나타나지만 역시 안개때문에 시아가 좋지 않다.

05:25
노인봉정상 1338m.
우측으로 살짝돌아 오르니 노인봉 정상이다. (한분이 미리와 계시던대 그분이 나누리님 이었는지?) 노인봉정상 표지석을 우측에 두고 직진하면 예정했던 등로와 만나는 길이다. 정상표지판은 아래에 있지만 정상표시석은 전망이 좋을것같은 암봉들 사이에 우뚝서있다. 결국 산행시작 한시간 30분 여만에 정상에 오른샘이 된다. 조금있으니 경인산악회의 동행후 처음으로 모든산님들이 한꺼번에 도착한다. 아마도 정상에 이렇게 많은인원이 모인것도 처음인것같다. 진고개에서 하차후 실행하지 못한 단체사진을 정상에서 모두모여 실행할뻔 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질않는다. 많은사람들이 한꺼번에 북적대어 찍새 몇번후에 하산을시작한다.

05:45
노인봉 대피소 도착.
허름한 두채의 집. 밖이 시끄러워서 인지 노인한분이 문을열고 나오신다.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아니요 아직입니다(몸은 일어났는데...)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무릉계 9.1km전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지난다. 진고개 까지 4.2km. 하산길이 약 두배에 가까운 길이다. 오늘처음오신분 이 표지판 보고 무슨생각이 드셨을까. 고까짓거 하산길 두배쯤이야 노인봉까지도 거뜬히 올라왔는데...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하는 일행들 빗방울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보고 우의를 꺼낼까 말까 망설이다 더 쏟아질때까지 그냥 걷기로 하고 일행들을 졸졸따라간다. 결국에 오늘 숨을 헐떡거리고 오른곳은 진고개 오르막 몇분동안이고 나머지 구간은 모두 순탄한 평지같은 길이다. 역시 노인봉 이구만. 경사로 길의 원목파일 박듯이 심어놓은 길을 조심스럽게 철계단을 내려가니 칼등선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좌우로 뚝 떨어진 계곡에는 수량이 풍부한 맑은 물소리를 접하며 내려서니 넓은 공터에 이른다. 평탄하지는 않지만 그런데로 식사를 하기에는 넉넉한 장소이다.

06:50
조식만찬시간.
땅이 젖어 한곳에 다 모이지를 못하고 듬성듬성 모여서 인간미 넘치는 정을 나누는시간. 각자 취향에 맞는 진수성찬으로 이제는 종류도 다양하여 말그대로 산상뷔페이지요. 열혈남아님 이쪽에서 저쪽으로 몹시도 분주합니다. 최대장님 왕누님이 맞겨놓은 비루 그냥 해치우고, 왕누님이 번지수를 잘못찾아 맞겨놓은것 같아요. 덕분에 시원하게 잘 마셨습니다. 바닥이 젖어 있는것이 못내 아쉬운 식사시간을 종료하고 신비로운 소금강의 비경이 시작되는 낙영폭포에 도착합니다.

07:25
낙영폭포 도착.
태풍으로 인한 풍부한 수량으로 하얀물보라에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지요. 덕유산 무주 구천동 계곡이 아름답다하나 거기에 비할바가 아닌것 같습니다.(본인생각) 가까이에서 접할수 있는 심심계곡의 경치를 한껏 더 느낄수 있는것이 바로 소금강줄기의 매력이 아닌가 십습니다. 작은돌과 바윗덩어리들이 어우러져 있어야할 계곡의 비경들이 단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물길에 풍부한 수량이 더하니 맑은물과 깨끗한바위로 이루어진 물길에 감히 손을 들여놓기가 민망할 정도의 유리알 같이 맑은 물줄기를 따라 광폭포에 도착합니다.

08:05
광폭포도착.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 넓어서 광(廣)인지 눈이 부시도록 빗을발하여 광(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모든 폭포의 이름이 광폭포가 된다 할지라도 틀린말이 아닌가 싶다. 물이끼 하나 보이지 않는 계곡물과 아치형 철 다리를 건너고 오솔길같은 숲속길을 따라 걷노라니 넓디 넓은 백운대가 보인다. 중앙에 버티고 있는 커다란 바위위에 각자의 소망을 빌어보는 작은 돌탑들이 아기자기 모여있고 운동장 처럼 넓은 바위의 환상적인 풍경에 빠져 잠시 신비의 세계로 접어든다. 짧은 시간에 노인봉에 올라 에구 겨우 이것이여 하던 푸념이 청학동 소금강의 비경을 접하고도 감히 누가 그런소리를 할런지. 넋이 나간 정신을 달래고 배불뚝이 아치형 철다리를 넘어서 뒤돌아 보니 여기가 만물상.

08:30
만물상도착.
해발 440m인 이곳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많은 기암절벽이 여러가지형태를 나타내고 있어 만물상이라고 불리며 각각의 기암들은 그 형태에 따라 제각기 전설이 있답니다. 마귀를 쫓는 향로봉의 향불탑과 해(日)와 달(月)이 숨바꼭질 하며 넘나들던 일월암(日月岩). 시녀(詩女)가 풍운을 찬미하려고 울린 음율이 천년을 두고 그 소리가 끈이지 않는다는 탄금대(彈琴臺) 등이 함께 모여 만물상을 이루고 있다고... 세상의 모든 형상이 있어서 만물상으로 표현되지 않았을까. 향불탑, 이월암, 탄금대 등 자연의 조화로 만들어진 기이한 형상들을 바라보며 감히 누가 변화 무쌍한 신의 섭리에 도전을 할꼬. 제 아무리 훌륭한 조각가라 할찌라도.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발가락에 힘을주고 보행을 하지 아니하면 미끄러져 넘어질것같은 학유대(鶴遊臺)에 도착한다. 학이 노닐어 학유대라 하였다지만 어찌 학 뿐이었겠는가. 경사진 철계단길을 내려가 좌측으로 미끌어질것같은 철계단길인지 철보행길인지를 지나니 감시 초소같은 통재소 출입문을 지나 구룡폭포에 도착한다.

08:50
구룡폭포도착.
노인봉자락에서 흐르는 물과 구룡연 계곡(매봉자락)에서 흐르는 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구룡연 계곡쪽으로 내려오는 물줄기에 만들어진 구룡폭포는 철재다리에서 보는것으로 착각하기 쉬운곳이나 구룡폭포 표지판에서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조금 올라야 구룡폭포에 장관을 접할수가 있다. 간이 벤치와 더불어 구명용 튜부가 놓여있는것을 보니 심술많은 산님들이 가끔은 뛰어드는 곳인지.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에 그저 감탄 탄성이 절로 나나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 멋있다. 이거아니겠습니까? 폭포전망대에서 상류쪽으로 바라보는 폭포수는 감히 표현이 어렵고 하나하나가 그저 마음속에 모든 경의로움의 극치를 가득담아서 가저가리라.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눈요기로는 모자라 이몸과 함께 도장을 찍으려 하니 보이는 산님이 한분도 없다. 바위에 배깔고 없드려 구도를 잡고 잽싸게 달려가 셀프로 찰칵.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여 이곳을 찾는 산님과 함께 그 장엄함을 늘 함께 하소서.... 노인봉에서 시작한 하산시간이 3시간을 지나고 속보전이 아닌 비경의 아름다움에 푹빠진 산행인지라 시간이 다소 지체되는것같다. 삼선암에 도착하여 주차장까지의 거리를 보니 2.2km전. 더이상 내려가면 마땅할 장소가 없을것같아 건너편 암벽의 부처님같은 삼선암을 바라보며 뒤쪽에 가려진 소나무를 칸막이 삼아 계곡물에 풍덩. 지나는 과객이 더러 있어 적당히 시원함을 느끼고 발아래로 흐르는 명경수의 맑음이 긴시간동안의 후덕지근한 가슴속을 깨끗히 씻어내는듯 하다.

09:30
식당암에 이르러 무릉계 1.5km전의 표지판을 보니 오늘의 산행도 종착역이 가까워 지는가 보다. 내린 다던 소낙비도 오지를 않았고 그렇다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지도 않은 오늘 산행은 상쾌한 계곡의 바람소리와 싱그러운 소나무의 향기와 명경같이 맑은 청학동 계곡물과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비경에 젖어 힘든줄 모르고 걸어왔다. 그저 소리내어 외치지 않은 탄성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연화담 십자소를 거쳐 청학동 산장에 도착하니 얼굴에 수염가득한 산장지기인듯한 분이 서성거린다. 우리 불도자님 닮았네 그려.

09:50
소금강표시석을지나 콩크리트포장길을 십여분내려오니 오늘의 종착역 주차장에 도착한다.

10:00
주차장도착.
한달여 만에 참가한 산행으로 모두들 쉬지않고 산행연습을 하였는지 한시간 여의 차이로 모두들 훤한얼굴로 속속 도착한다. 그중에는 조금은 아픈다리를 끝까지 유지하신 분도 계시지만 몰이꾼조에서 조금 앞쪽으로 탈출하셨다는 이부장님 내외분 이번 산행에 예명도 하나 준비하셨다고요. 산바람님(부장님) 강바람님(사모님)으로... 거북이님이 몹시 부러워 하는 눈치입니다. 모두들 도착하여 11시 주문진 항으로 출발. 적당히 즐긴 해산물과의 만남은 오늘의 피곤을 말끔히 씻어주는 청량제가 되었겠지요.
감사합니다.

 

200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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